취하네
술 마시는 날이 (다시) (좀) 많아졌다. 거의 하루 걸러 취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난생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위스키 한 병을 사왔다. 허허 나도 좀 컸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 뭐 위스키 맛을 안다는 건 아니고, 한 컵 가득 콜라를 타서 섞어마신다.
술을 마셔야만 하는,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어떤 절실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마실 수 있으니까, 마셔도 되니까,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가 딱히 없으니까… 그리고 말똥말똥 맨 정신으로 있는 것보다 취해있는 게 (훨씬, 훨씬 더) 편하니까… 마신다. ㅅ이 왜 또 술을 마시기 시작했냐고 물어보기에 ‘뭐 폼잡고 싶어서 그렇지… 꼭 술이 필요해서, 그게 술이어야만 해서는 아니고, 나는 그냥, 지난 여름에 그렇게 퍼마실 때도 그랬고, <내가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던 거 같아. 안 그러던 애가, 갑자기, 엄청나게. 그냥 그거 하나면 뭐가 설명되는 거 같잖아. 오죽하면 그러겠어?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봐? 이런 거.’
라고 대답했더니, 참 야하게도 말한다면서 괜히 지 얼굴을 붉혔다. 왜, 그거 인정하는 게 뭐 어려워서? 이거 다 그냥 포즈야, 내가 모르는 줄 알았어? 술맛에 마시는 게 어렵지, 취하고 싶어서 마시는 게 뭐 어려워.
블로그에 가끔 썼던, 내가 예전에 몸담았던 TFT의 PM님이 2주일 후면 결혼을 한다. 지난 주말에 청혼을 받았는데 이번 주에 웨딩촬영이고, 청첩장은 아직 인쇄도 안됐단다. 나는 까맣게 몰랐다. 상대방이 누구고 결혼을 할 건지 말 건지가 아니라 누굴 만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사내커플이니 보안이 필요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뭐 연예인도 아니고 말이지, 무슨 죄 짓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감쪽같이 숨겼어야 했나? 결혼식 2주일 전까지?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알 거다, 내가 이런 종류의 사기극에 얼마나 예민한지- _-) 아무리 나보고 ‘그게 뭐 화날 일이야?’ 어쩌고 무심하고 건전하게 설득해봐야 소용 없다. 오늘은 그 결혼소식 때문에 마셨다.
그리고 그것이 최근 2주일간 술을 마신 이유 중 유일하게 ‘어디 가서 말해도 괜찮은’ 핑계였다.
- 2008-01-15 10:29 am

나도 어제 위스키 마셨는데! 열라 맛없는 조니워커레드.. 조금 남아있던거 억지로 다 마셨다.
난 정말 입이 싼가봐.. 사람들이 나의 퇴직에 대해서 다 알고 있길래 깜놀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다 말하고 다닌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