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와 비 오는 밤길
영화 <추격자>를 보고 왔다. 롯데시네마에서 밤 11시 40분 마지막회. 혼자서.
사실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정보도 관심도 없었다. 이제 집에서부터 걸어서 십분 거리에 사무실, 사무실에서 걸어서 십분 거리에 영화관인데, 그저 나는 언제 어떻게 그걸 한번 써먹어보나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던 거다. 사무실이 가까우면 가까운 거고, 영화관이 가까우면 가까운 거지, 왜 꼭 집-사무실-영화관 삼각형을 만든답시고 생고생이야. 그러게, 아주 생고생을 했다. 나는 이게 그렇게 무서운 영환 줄 몰랐다고!! 무고한 여자들 줄줄이 죽어나가고! 게다가 마포구 망원동을 무대로! 강북 골목길만 죽자고 뛰어다니고!! 영화 끝나고 나와서 비 오는 밤길 이거 어쩔 거야아아아 김미진 역의 서영희 나랑 동갑인데 어어엉
영화 끝난 게 새벽 2시 가까운 시각이었는데, h에게 전화해서 뭐라도 좋으니 아무 말이나 떠들어달라고 부탁한 다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까지 내내 뛰다시피 했다. h가 잠 덜 깬 목소리로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하고 중얼중얼하는데 실은 그것도 무서웠다. 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올 때는, 무슨 일 일어나서 괜찮지 않게 될 거라는 명백한 징조이지 않나. 집까지는 어떻게 간다고 해도 집 안에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알아, 나 이제 어떡해 어어어엉
지금은 방구석 컴퓨터 앞에 앉아 베란다 천장을 때리는 불길한 빗소리를 들으며 —빗소리가 잦아드는데 그것도 역시 불길하구나—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상태를 좀 알겠어? 정신머리 약간 챙겨서 이 정도 털어놓는 데 몇 시간이 걸린 거야 지금. 내일도 회사에 나가긴 나갈 건데, 오늘처럼 오밤중까지 버티고 있진 않을 거다. 회사가 집 앞으로 옮겨온 이후로 내가 너무 사무실에 붙어있어서, 쟤네 집은 인터넷 끊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그런 거 아니거든? 뒤숭숭한 겨울 내내 설렁설렁 놀면서 세월 보냈더니, 이제 내가 프로젝트 정체의 병목이자 원흉이 된 것 뿐이라고. 자랑이라는 게 아니라, 하여튼 그렇다는 얘기고, 오늘 <추격자> 본 것도, 그래 다 내가 잘못했고, 기다려봐 정신머리 챙겨가지고 눈 똘똘하게 뜨고 다시 돌아온다고.
- 2008-03-24 7:0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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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1:20 am
저는 단호히 추격자 안 봤습니다 ; 용기가 안 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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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4:18 am
ㅅ/ 저는 여성영화제 예매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오전 11시에 1분만에 예매를 이미 마쳤어요.
jim/ 현명하구나! 계속 단호해지도록 해… -_ㅠ -
2008-04-18 7:55 am
예고편 보고도 정신 놔버림 같이 보러갈까

여성영화제 우피스매니아를 끊었어, 이 와중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보쇼. 예매해 놓을께.
이 정도면 산뜻한 제안이 될랑감?